이동현
2022.07.29 08:00
역발상 부동산 투자의 허와 실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고 싶다면 역발상으로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역발상 투자이론의 창시자이자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드레먼(캐나다)은 군중심리에 휩쓸린 충동적 투자를 가장 위험한 최악의 투자로 경계한 반면, 일반대중들과는 역행하는 투자를 즐겼다. 즉 남들이 선뜻 나서기를 꺼릴 때 과감히 투자하고, 남들이 투자하려고 몰려들 때 오히려 빠져나오는 역발상 투자를 즐겼던 것이다.
역발상 투자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수익도 커진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발상 투자가 단순한 청개구리식 투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청개구리식 투자로는 큰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상 역발상 부동산 투자는 잘 될 경우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준다.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값싸고 유리한 조건에 우량부동산을 손쉽게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코 이점은 역발상 부동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길로 갈 때는 상대적으로 주식 등 여타자산에 비해 투자 금액이 큰 만큼 후유증도 상당하다. 만일 역발상으로 실행한 부동산 투자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낭패를 보게 된다면 이는 역발상 부동산 투자의 허(虛)일 뿐이다. 관련하여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 2가지 사례를 들여다보자.
오래전 결혼과 동시에 처가가 위치한 일산신도시를 주거지로 선택했던 A씨(남/53세). 그런데 당시 다니던 회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까닭에 출퇴근 거리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출퇴근으로 인한 시간 낭비와 고충을 줄이고자 직장과 가까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빌라 한 채를 전세 얻어 이사하게 된다. 당시 그가 직장 때문에 새 거주지로 선택한 동네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이면에 위치했으며, 단독주택 ․ 연립주택 ․ 근린상가주택 등이 혼재한 곳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동네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IMF 외환위기라는 더 큰 시련이 찾아온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초국가적 위기였기에 그의 직장생활 역시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빌라를 소개해줬던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대지 241㎡짜리 2층 단독주택이 소유자의 사업 실패로 급매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상권이 확장되고 있어 소개받은 단독주택 역시 향후 상가주택으로 용도변경 될 가능성이 컸고,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의 시세는 최소 2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왔던 시기가 IMF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때라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고, 당연히 일반대중들에게 부동산 투자는 기피 대상으로 각인됐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초국가적 경제위기로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시점이야말로 우량부동산을 가장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적기이며, 더욱이 집주인의 피치 못할 사정상 급매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해당 지역은 2005년 이후 상권이 크게 확장되면서 지금은 의류매장 ․ 커피숍 ․ 레스토랑 ․ 화장품매장 ․ 성형외과병원 등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 중 하나(가로수길 상권)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몇 해 전 A씨는 당시 매입했던 단독주택을 헐고 공사비 12억여 원을 들여 5층 규모의 근린상가 빌딩(연면적 820㎡)을 신축했다. 금상첨화라고 했던가! 2022년 5월 개통한 신분당선 연장구간(강남역~신사역)과 곧 시작될 위례신사선 지하철 착공 기대감에 해당 부동산은 부르는 게 시세일 만큼 귀한 존재로 변모해있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신축된 이 상가 빌딩의 시세는 120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또한 임대수요가 풍부해 공실 걱정 없이 매월 1,800만 원(관리비 수입 별도) 이상의 임대료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1998년 말 매입했던 당시의 가격이 8억 원 선이고, 이후 들어간 신축 공사비 12억 원을 추가하더라도 500% 이상의 (세전) 투자수익률을 확보한 매우 성공적인 역발상 부동산 투자사례였다.
시장의 흐름을 무시한 채 청개구리식 부동산 투자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을 보게 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수년 전 분양형 호텔(총 300실 규모)에 투자한 B씨(여/45세)의 경우 역발상 부동산 투자가 대박은커녕 쪽박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상반기 어느 날, 그녀는 한 지인의 소개로 급매물로 나온 강원도 모 관광도시에 위치한 분양형 호텔 5개 실을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B씨의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해본 경험이 전혀 없음은 물론, 분양형 호텔이라는 부동산 상품의 특성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단지 고수익이 보장된 급매물 상품(분양가의 60~70%수 준)이라는 감언이설에 현혹돼 투자했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지인으로부터 처음 해당 분양형 호텔을 소개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선뜻 내켜 하지 않아했다. 하지만 지인의 강력한 권유와 호텔 시행사 측 직원의 브리핑을 받고 난 직후 생각을 바꾸게 된다. 시행사 측 직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조만간 종식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해외관광객도 급증하게 될 것이니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수분양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지레 겁을 먹고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급매로 내놓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역발상 투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투자 당시 시행사 측이 장담했던 연 10% 이상의 배당수익률은 차치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함에 따라 수익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설상가상 B씨의 경우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마련했는데 근래 들어 금리마저 급등하게 돼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매물로 내놓더라고 문의자를 찾기 힘들고 매수희망자가 나타나더라도 턱없는 가격에 언급될 뿐이다. 분양형 호텔의 경우 일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다루지 않는 상품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B씨. 안타깝지만 시장흐름에 역행한 청개구리식 부동산 투자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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