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2.09.16 11:00
집에서 사는 다양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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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예요? 전세예요?”
가정을 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삶이 엮이기 시작할 때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처음에 이러한 질문을 들었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었지요.
“네, 전세로 들어왔습니다.”
순수한 객관식 질문인 줄만 알고 대답한 저와 달리 질문자는 출제 의도가 확실했던 것 같았습니다. 어떤 선을 그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 그것은 자가냐? 전세냐? 였던 것입니다. 그 후로 저희 가족은 한 부류에는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들만의 세계. 그 동네에서 자가를 가지고 직접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임 말입니다. 기분은 나빴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더 많은 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자금확보 차원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선 긋기가 조금은 우스워 보였고, 왜 저러나 싶었지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자금이 안정화되었을 때 저희도 자가에 들어가 살아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의 갑질?에 속이 상한 것도 있었지만, 2년마다 재계약 또는 이사를 준비해야만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겨우 짐 정리가 마무리되고 좀 편하게 살아볼까 하면 다음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불안정한 삶에 조금은 힘이 들었습니다. 기껏 얼굴을 익힌 이웃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집주인으로서 세입자를 맞이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수리와 인테리어를 싹 해주는데, 막상 우리가 사는 집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전세이기에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 이제는 우리도 내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오기가 들었기 때문이죠.
자가에 들어와 아이들도 학교, 유치원에 다니게 되니 주변 이웃들과 연결이 되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였기에 아이 친구들과 연결되어 다양한 가족들과 알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 엄마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고, 거기에서도 예전에 많이 들었던 질문이 오갔다고 합니다.
“다들 자가로 오신 거 맞죠?”
예전과는 조금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나랑 만나고 있는 너희들은 당연히 자가로 들어 왔을 거야! 그래야 나와 많은 정보를 나누고 오랫동안 만날 수 있거든!’ 이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미리 선을 긋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자가에 들어 왔기에 어려움 없이 ‘자가’라도 대답했지만, 그중에서도 전세 또는 월세로 들어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어색한 분위기가 돌진 않았습니다. 처세술이 뛰어난 것인지 몰라도 그 당시에는 ‘자가’와 ‘전세’의 선을 긋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더군요.
하지만 다음 모임 때부터 달라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자가에 사시는 분들끼리 연락이 자주 오갔고, 모이는 것도 물론 자가에 사시는 분들끼리 만남을 더 자주 하였습니다. 저희 가족이야 오랫동안 세살이를 해왔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그 입장이 이해되기에 그런 기준이 필요 없었지만, ‘자가’에만 살아오신 분들은 그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자가’를 고집하는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들은 왜 ‘자가’에 사는 사람들과 이웃을 맺으려는 걸까요?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이 같은 동네에 살고 심지어 같은 단지 같은 동에 사는데도 ‘자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자가에 사는 사람들만의 자부심이 작용했을 거란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세살이라는 단어가 존재했습니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삶이라는 뜻이죠. 물론 빌려 사는 대가를 보증금이나 월세를 지불하고 있지만 세살이의 인식은 못사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집을 살 돈이 없으니 빌려 사는 거 아니야? 라는 좁은 인식 때문이죠. 암튼 이러한 인식이 ‘자가’인 사람들만 모여야 한다는 생각을 만들어 낸 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가’를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같이 부동산 하락기에는 집을 사는 것도, 목돈을 맡기는 전세도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작은 보증금에 월세를 내고 살면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목돈을 집에 묶어 두기 어려워 월세를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 가족 역시 목돈은 모두 부동산 투자로 돌리고 적은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살이를 하며 자금 운용을 했으니까요. 이렇든 다양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자가’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을 긋는다면 다양한 이웃을 만나고 연결될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 아닐까 깊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웃 관계의 깊이 때문일 거로 생각합니다. 보통 전세나 월세로 들어오면 1-2년 단위로 계약합니다. 세입자는 웬만하면 오랫동안 한곳에서 살고 싶지만 다양한 이유에서 그 동네에서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계약갱신권이 있어 최소 4년은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는 높게 치솟은 전세값으로 인해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집주인이 갑자기 매도하거나 입주를 원하게 되면 계획이 틀어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전세’로 들어온 이웃은 ‘자가’에 사는 사람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기 힘들 수 있습니다. 2년 동안 정말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이사를 간다기에 알고 보니 ‘전세’로 들어온 것을 알고 나면 허탈할 수 있다는 거죠. 더 오랫동안 만나고 연결될 줄 알았는데 어차피 2년 뒤에 떠날 사람이었구나라며 실망을 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처음 만날 때부터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세살이를 하면서 이러한 절차에 걸려졌다고 생각하니 참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오늘 이야기의 중점은 ‘자가’에 살면 좋은 점이 아닙니다. 세살이를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무조건 내 집을 마련해야한다 라는 것은 더욱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 이 시기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기회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경제 침체 및 부동산 하락기를 맞아 전반적으로 전세가 및 집값이 어느 정도 하락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보합 또는 하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넓게 가져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좋은 기회가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 및 월세로만 살고 있었다면, 이 기회에 남들이 두려워 급매로 던지는 좋은 집을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격으로 득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가로만 살아왔던 분들은 이 시기에 ‘자가’는 전세를 주고 자신은 월세로 들어가 남는 돈으로 새로운 곳에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상황을 주의 깊에 보고 있습니다. 상급지로 가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곳의 가격이 많이 착해지면서 조금 더 욕심을 부릴까? 하면 타이밍을 재어 보기도 합니다. 아니면 살고 있는 집을 다시 세를 주어 자금을 확보해볼까? 하며 다양한 방법을 간구해 봅니다. 이처럼 남들이 평가하는 집에서 사는 기준 말고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집에 사는 방법’을 선택해보는 시간을 오늘 한번 가져보길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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