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2023.06.12 11:00
[정책] 임대인 임차인 모두 전세대출 받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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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세제도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마다 여러 부양책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간 두 번의 전세대출 한도 증액 정책으로, 과거에는 전세대출의 한도가 1억 원이던 것이 현재 5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 계약금의 80%까지 빌려주는 전세대출 특성상, 6억 전세 계약까지 4.8억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자기자본은 1.2억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순 전세를 대출로 조달할 수 있게 하니 자연스럽게 순 전세액의 규모도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세는 조사기관마다 상이하지만, 전국에 최대 1,000조 원의 규모로 있고, 이 중 170조 원이 금융권 전세자금 대출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은 임차인이 전세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빌리는 돈이라고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22년 말부터 역전세 환경이 펼쳐졌습니다. 역전세란 2년 전 체결한 전세 계약금 대비 현재의 전세 금액이 더 낮아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3.4월 기준 전국 아파트 역전세 비중은 52%에 육박하고, 평균 역전세 금액은 3/4에 해당하는 규모는 7천만 원 수준이고, 나머지 1/4은 평균 2억 정도에 육박합니다. 아마도 역전세 피크인 ‘23.8~’24.4월 기간에 진입하면 이 금액 차이는 더 날 수도 있고요.
사정이 이렇게 되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임대인들도 임차인에게 전세금 반환 대출을 허용하고, 이 대출은 DSR에 포함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100만 호에 이르는 역전세 아파트에 평균 7천만 원을 곱하면 70조 원이 되는 금액인데, 그래서 이번 전세자금 대출은 최대 70조 원 정도의 범위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임대인도 전세금 대출을 받고, 임차인도 전세금 대출을 받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방지를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초의 정책 주택담보대출 44조 원으로 DSR 미적용을 받는 정책들을 쓴 것부터, 지금은 역전세에 내몰려 주택을 처분할지도 모르는 경착륙 환경을 막기 위한 DSR 미적용 임대인용 전세자금 대출까지, 사실상 DSR이라는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22.4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이 40.6%이기 때문에, 이미 기준선을 모든 가구가 평균적으로는 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현금지출이 필요한 상황이 오니까 기준을 우회하는 대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올해만 최소 44조, 최대 114조 원의 DSR 우회 대출의 규모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는 코로나 유동성 전성기의 가계대출 증가에 필적하는 규모라서, 금리가 이렇게 높은 환경에서도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성을 보인 이유가 됩니다.
이렇게 돈을 풀어서 상황을 막는 것이 위급할 때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처리 방법은 훗날 더 큰 위기로 올 것입니다. 그때 또다시 돈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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