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부동산 전문위원
2023.08.05 11:00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 반등이 온 근본적인 이유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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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7월 넷째 주(24일 기준)에 표본조사 통계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0.02% 올라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아파트값이 1년 6개월 만에 반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해석은 쉽다. 정부의 1.3 규제완화대책,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분양가 인상에 따른 공급 인플레이션 우려, 15억 원 초과 대출 제한 폐지...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지난해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사실상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주택시장의 최대 호재는 급락에 따른 가격 메리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지수 기준으로 17%, 수도권은 23%, 서울은 22% 각각 하락했다. 명목 아파트 가격이 이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국제 부동산학 논문을 읽어보면 명목가격보다 실질가격으로 따진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5.1%로 올랐다. 명목가격 하락분에 또 소비자물가지수를 빼야 실질 가격 하락분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질 실거래가 지수는 27%, 수도권은 28%, 전국은 22%가량 각각 떨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값이 각종 비관론 속에서도 반등이 온 것이다. 이를 데드 캣 바운스로 표현하든, 제한적 반등으로 얘기하든, 아니면 낙폭 회복으로 말하든 말이다. 그것은 해석에 불과하다.
요즘 역전세난 속에서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오른다. 역전세난이 터지면 집주인이 전세를 싸게 내놓고, 그것마저 여의찮으면 아예 팔기 위해 매물을 던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있다.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불가피하지만 좀 과장된 것 같다. 역전세대란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현재 소수설이다. 미국의 통계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저서<신호와 소음>에서 “내가 하는 예측이 일반적인 여론에서 멀어질수록 내가 제시하는 증거는 더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견해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전세대란의 근거는 빈약하다.
어찌 보면 역전세대란은 단순 도식이다. 지난해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다 급락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표본조사 통계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7%, 전세가격은 10% 하락했다.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재계약이 포함돼 표본조사 통계보다 하락 폭이 덜한 –6%로 나타났다. 신규 통계로 조사한다면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해에 아마도 25~26%는 하락했을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분까지 포함하면 실질 전세가격은 작년 1년간 30% 넘게 떨어지지 않았을까?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와 다세대주택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역전세난 속에서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라가는 것이다. 시장을 볼 때는 맥락적 사고를 해야 한다. 매매든, 전세든 지난해에 급락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 아파트 시장 흐름이 이해될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 회복모형이 있을 수 있다. 전망을 놓고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확률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바닥이 넓은 U자형, 기울기가 있는 욕조형, 일정한 상승 후 횡보하는 탁자형, 2008~2012년처럼 상승 후 재차 하락하는 W자 더블딥형... 다만 어떤 형태로는 V자형 대세 상승은 어렵다. 1%대 경제성장률, 통화량 미미한 증가, 과도한 가계부채, 소득이나 물가 대비 여전히 비싼 집값, 지난 과열기에 MZ세대의 선취매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집을 꼭 사야 하는 실수요자는 어떻게 할까? 섣부른 전망에 연연하기보다는 매입가를 어떻게 낮출까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다. 5월 현재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고점(2021년 10월) 대비 서울은 81.1%, 수도권은 79.5%, 지방은 89.1%, 전국은 83.8% 수준이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한다면 고점 대비 25~30% 정도 싼 매물이라면 매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도 좋은 대안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 기존 매물을 사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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