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2023.09.29 11:00
집 두 채가 자랑이 된다고?
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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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살던 집에 세입자가 연락이 와서 수전이 고장 나서 고쳐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사람 불러서 수리하고 난 뒤에 영수증 달라고 했더니 사진 찍어 보냈던데 엄청 비싼 거야. 남편이 직접 가서 새걸로 교체해 줘도 그 정도 비용은 안 나올 거라던데 자기 돈 아니라고 너무 막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
“이번에 00이네는 집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더라고~ 2년 살았으니, 세금도 거의 안 나왔을 거고 대출도 잘 나올 테니 평수 늘려가는데 별 부담이 없는 거 같더라. 근데 우리는 이 집 팔고 다른 데 가고 싶어도 비과세를 못 받으니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고 대출도 안 나와서 그냥 여기 살아야 할 듯해. 세금 생각 안 하고 이사 다니는 사람들 진짜 부럽더라고.
위와 같은 대화를 보면 그냥 평소의 친구나 지인 모임에 가서 들을 법한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자신이 세주고 있는 집의 세입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1주택이 아니라 세금과 대출에 자유롭지 않아 이사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느 정도 선이 있는 모임에서 하게 된다면 그 의미는 조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 세입자가 얄밉다, 세금 때문에 힘들다는 표면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나는 이 집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비추기 위한 이야기가 될 수 있죠.
대놓고 나는 다주택자야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모임일 테니까요. 카페에 가서 자리에 앉으면서 은근슬쩍 테이블 위에 외제 차 키를 올려놓는 것과 비슷한 거죠.
제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자랑거리를 다루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 자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모임에서는 집 두 채가 자랑이 될 수가 있을 테지만, 다른 모임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아내가 엄마들 모임에 다녀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여보, 여기는 집 두 채를 가진 게 질투의 대상이 되나 봐. 다른 엄마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00네는 우리 아파트 말고 다른 아파트도 가지고 있다면서 돈 많은 집안이라면서 수근거리더라고. 근데 그게 막 부러워서 좋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더라고. 집이 두 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 00네도 이상하지만, 그걸 가지고 시기하는 엄마들도 참 웃기네. 이 동네 사람들은 워낙 잘 살아서 기본적으로 투자 좀 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 집을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빈털터리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와이프 이야기를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왜 부자일 거라 판단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놓고 다주택이라 말하지 않고 은근슬쩍 돌려 이야기하면 티를 내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보통 주변의 전문직인 분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어느 정도 나와 있는 통계를 통해 가늠할 수 있기에 의사라든지 세무사라고 하면 머릿속에 본인의 벌이와 비교 계산이 되면서 부러워할 수도 담담하게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당최 그 구조를 알 수가 없기에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되는 듯 보입니다. 연 매출 10억 규모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든지, 직원을 몇 명 데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속으로 역시 사장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업은 그 규모로 판단하게 되지 실제 얼마를 벌고 있는지 모르는 영역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남의 사업체의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인건비가 얼마인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기 떄문이겠죠.
이렇듯 부동산도 어느 정도 그 구조를 알고 있으면 2주택이든 3주택이든 부러워해야 할지 안타깝게 생각해야 할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 대출은 얼마를 했는지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얼마를 내고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면 10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순자산이 얼마 되지 않을 수 있기에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 갭투자가 성행할 시기에는 아파트로 몇십억 자산을 만드는 것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순자산은 몇천만 원밖에 되지 않는 모래성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부동산 역시 사업과 마찬가지로 그 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대출이 얼마인지 전세를 얼마에 주고 있는지 너무 개인적인 부분이라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집을 보유한 그 규모만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듯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신의 위치를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희 역시 열심히 쌓아온 자산이 자랑스럽기에 한 번씩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기도 하답니다.
사실 우리 남들에게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가 더 대단해 보이기 위해서 많은 자산을 쌓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시기와 질투를 받는 자랑이 아닌 남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자랑이 될 수 있는 규모의 자산을 쌓는데 노력하는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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