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혜 변호사

2023.10.11 11:00

법률

‘건물 매매 시 조건 없이 상가를 명도한다’고 특약을 체결하였다면 특약은 유효할까?

Summary

  •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 10조는 편면적 강행 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
  • 다만 실질적으로 임차인 등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는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 있음

 

상가임대차 계약을 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약정으로 임대인이 건물을 매각할 때 임차인은 이의 없이 상가를 명도하겠다는 특약을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대인은 이와 같은 약정을 하는 대신 차임을 비교적 저렴하게 받거나 계약갱신 시에는 차임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도 계약 당시에는 별다른 이의 없이 약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 특약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건물 매도 시 임차인이 상가를 명도하여 주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임대인은 위 특약을 근거로 임차인에게 명도를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은 상가건물의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 6개월~1개월 사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상가임대차법 제10조).

 

위 규정에 의할 때 임대인이 부동산 매각을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상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또는 계약기간 중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미리 포기한다면 그 효력은 인정될까?

 

상가임대차법 제15조**에 의할 때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규정은 편면적 강행규정이므로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다는 약정을 하더라도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이므로 무효가 된다.

 

다만 임차인의 차임이 고액이고 임대차 기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하는 특약을 체결하면서 남은 임대차 기간의 차임을 모두 면제하여 준다는 등의 계약갱신요구권 포기에 대한 반대급부가 상당하고, 특약을 체결한 동기와 경위에 임차인의 궁박, 경솔한 사정을 악용하는 등 불공정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은 특약으로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포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임대인이 충분한 보상을 하여 준다면 그 효력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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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요구권 포기 특약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아직 법원의 판례가 확립되지 않았으나, 상가임대차법의 취지상 임차인의 갱신 요구권 포기 특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계약갱신요구권 포기 특약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계약갱신요구권 포기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므로 임대인은 임차인과 '부동산 매각 시 이의 없이 명도한다'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추후 임차인이 특약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을 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3. 8. 13.>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 시기 및 소요 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1.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15조(강행규정)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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