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2022.07.15 08:00

투자

부동산 투자도 포트폴리오하라

우리가 잘 아는 투자 격언 중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981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학교의 제임스 토빈 교수가 그 당시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빈 교수는 투자 행위에 관한 포트폴리오이론을 정립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이 금융시장을 이해하는데 통찰력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또 이를 통해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자산 선택이론의 창시자였다.

 

사전적 의미로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여러 장의 서류나 그림을 그린 종이 따위를 한데 모아 끼워 넣은 서류철’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주식, 채권과 같은 자산에 분산해 투자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실행함으로써 다양한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어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일례로 대표적인 투자자산인 주식의 경우 한두 종목에만 집중하는 투자, 이른바 ‘몰빵 투자’를 하게 될 경우 성공할 때는 기대 이상의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게 되면 회복 불가능할 만큼의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당연히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자산가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이론에 따라 분산투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어떨까? 사실 금융자산인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자연적 ․ 인문적 특성(위치의 고정성, 부증성, 개별성, 지역성 등 다양한 제약요인 존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많지는 않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이론에 입각한 분산투자를 실행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부동산시장은 지금껏 경제 고성장 시대와 함께 성장해왔기에 그럴 이유도 필요성도 없었다. 부동산 개발과 함께한 경제 고성장 시대에는 특정지역 내 토지나 아파트 등에 몰빵 투자해도 만사형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라도 너무 다르고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인구감소, 가구 분화, 저출산 · 고령화 등은 차치하고 가장 큰 변화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경제 고성장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된 것이다. 따라서 특정 유형의 부동산에 몰빵 투자하거나 특정지역에 소재한 부동산에 몰빵 투자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않다. 손실의 위험을 확대시키는 어리석은 투자 행위일 뿐이다.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개개인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0%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부동산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 필요성조차 느끼질 못했다. 이는 부동산 불패신화로 인해 시류나 분위기에 편승한 이른바 ‘묻지 마 투자’, ‘몰빵 투자’로도 최고의 답안이 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처럼 특정지역에 소재한, 특정유형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을 거듭하자 자산관리측면에서라도 포트폴리오식 부동산 투자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 자산가들 사이에선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주식투자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유형(종목), 특정지역(장소)에만 국한시켜 투자하는 것을 피하고 가급적 다양한 유형, 다양한 지역의 부동산에 골고루 분산시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만일 어떤 정년퇴직자가 노후대비 투자용으로 월세가 나오는 소형 오피스텔이 대세라는 소문을 듣고 퇴직금을 포함한 전 재산을 털어 특정지역에 소재한 동일한 오피스텔을 여러 채 분양받거나 매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설령 지금 당장은 분양업체에 의해 잘 맞춰진 임대료로 적지 않은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분산투자라는 포트폴리오식 투자 관점에서 보면 분명코 잘못된 선택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재개발 · 재건축 투자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이자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무리한 대출을 받아 특정지역의 재개발 · 재건축 부동산에 몰빵해 투자한다면 이 역시 포트폴리오식 분산 투자를 외면한 어리석은 투자행위가 될 것이다.

 

반면 부동산 투자자 개개인이 자신의 여건과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실행한다면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유형에 따라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유형1)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투자자의 경우다. 일단 큰 폭의 매각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 방식보다는 원활한 현금흐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안정적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게 좋다. 투자자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고령인 만큼 안전성과 환금성 확보를 위해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임대수익 창출에 유리한 도심지 유망 상가나 수요층이 두터운 지식산업센터, 직주근접 가능한 역세권 소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가 좋아 보인다.

 

(유형2) 현재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 투자자의 경우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아파트 가격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세를 보여 왔다. 실제로 이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전셋값 상승에 편승한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가적인 아파트 매입은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사실상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투자 안으로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유형3) 동일 지역, 동일 단지 내 구분상가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레지던스, 분양형 호텔 등을 신규로 여러 채 분양받는 투자자의 경우다. 대개 이들은 계약금만 가지고 접근한 후 중도금 및 잔금은 은행 대출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충분한 투자분석 없이 분양 업체측의 고수익 보장이라는 과장된 광고나 감언이설에 속아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신규로 분양하는 택지 개발 지구(신도시 포함) 내 구분상가의 경우 아파트 분양시점에서 입주민 정착 시까지 통상 5~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형4)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와 같은 간접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투자자의 경우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금융시장이 안정화될수록, 그리고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할수록 투자자가 실물부동산을 직접 선택하고 매입하는 직접투자방식보다는 부동산펀드나 리츠처럼 부동산에 금융이 가미된 간접투자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임대가 용이한 주요 도심지 오피스빌딩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국내외를 불문하고 그 인기가 상당하다. 경제 저성장 시대에 상대적이지만 소액으로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나 리츠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포트폴리오식 분산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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