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2023.12.11 11:00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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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매매시장은 재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전세시장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많은 주택전문기관이나 금융권, 인플루언서들의 전망이 그렇다.
그런데 최근 전세 시세의 강세에는 다소 독특한 점이 존재한다. 통상 전세 시세가 강세를 보였던 기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존재했다.
첫째는, 전월세전환율이 하락한 경우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와 월세가 전환되는 비율이다. 가령, 전세 1억 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월 40만 원으로 한다면, 12개월 치 월세인 480만 원/1억 원은 4.8%인 것과 같다. 만약 월 50만 원이 된다면, 12개월 치인 600만 원/1억 원의 6.0%와 같다.
이처럼 전월세전환율이 6%일 때는 월세 50만 원이 1억 원 전세로 전환되지만, 전월세전환율이 4.8%일 때는 월세 40만 원이 1억 원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질수록 전세가액이 상승한다. 전세는 채권금리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실제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격렬히 상승하던 전세가격을 기억할 텐데, 이 당시 전월세전환율은 3.5~4.0% 수준으로 한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월세 30만 원이 전세 1억 원으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이것이 급격히 상승하여 ‘22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서울 기준 4.8%, 전국 기준 5.4%로 상승했고 이 과정 동안 전세가격이 하락하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전월세전환율에 변화가 없다. 이 의미는 전세 시세의 변화가 없다는 의미와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 전세 동향 조사에서는 ‘23.11월에도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의 전세가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가 상승하는 두 번째 기간은 전세대출이 확장적으로 사용될 때다.
전세대출은 과거 대출한도가 1억 원 이내였고,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의 기간 동안 연간 5조 원도 빌리지 않는 적은 규모였다.
그러나 MB,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전세 대출액 한도가 2억, 다시 5억으로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전세대출이 연 10조를 넘어 ‘17년에 16조 원까지 증가하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8.2 대책 등으로 2040들의 청약도태가 나타나면서 전세 낀 갭매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는데, ‘18~’19년에는 전세가 1년에 26~35조 원 수준으로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전세 초강세에 기름을 붓게 된다.
이후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여전히 연간 25~30조 원 수준의 전세대출이 확장적으로 운영되다가 ‘22년에 8조, ‘23년에는 -8조 원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전세 시세가 하향안정화 된다. 이처럼 전세대출 역시 전세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23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전세대출은 매월 0원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 ‘23.11월의 주간 전세가격 동향은 소수점 첫째 자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세가격의 강세가 나타났던 시기와 매우 다른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세가격 통계가 높게 발표되는 것의 원인을 1) 전세사기로 빌라 전세에서 아파트 전세 선호, 2) 입주물량 부족, 3) 금리인하 선반영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원인이 무엇이든, 전세가 강세가 나타나는 시점에 필요한 현상은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거나, 혹은 전세대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두 현상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통계만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매우 혼란을 던져주고 있는 상태다.
12월 중 발표될 11월 가계대출 중에서 전세 대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를 했다면, 전세가 강세의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세가 상승이 나타난다면, 이는 또 역으로 금융기관에 전세대출 이자를 DSR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12월 발표될 가계대출 동향 조사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4년 전세시장은 그래서, 무조건 적으로 전세가 강세를 전망하기보다는, 정책 변화를 잘 지켜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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