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과 1인 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대표적 비(非)아파트 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의 면적 제한 완화에 나섰다. 앞서 주차장과 방 개수, 가구 수 제한 등을 푼 데 이어 면적까지 넓혀 사실상 아파트에 버금가는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건축과 공급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도시형 생활주택이 사업성까지 갖춰 향후 공급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적 제한 85㎡로 완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면적 제한을 기존 60㎡에서 85㎡로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8월 발표한 ‘8·8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거 환경을 아파트 수준으로 높여 수요 진작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국토부는 실거주 수요가 많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되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환경이 아파트 수준으로 높아지고 공급도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도시형 생활주택에 적용된 모든 규제가 완화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침체한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 회복을 위해 주요 규제를 순차적으로 풀었다. 전용 30㎡ 미만이면 방을 따로 둘 수 없게 한 방 개수 제한 규제를 완화해 전체 가구의 절반은 침실을 두 개 이상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주차 면적 역시 공유 차 한 대를 일반주차 3.5대로 인정하는 특례를 적용했다. 그간 소형주택의 가구당 주차 대수는 0.6대 이상, 30㎡ 미만이면 0.5대 이상으로 규정했다. 30㎡ 이하 소형 가구 주택을 사실상 강제하던 규정이 완화된 것이다. 다만 정부가 약속한 규제 완화 중 가구 수 제한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기존 300가구 미만만 허용하는 공급 규정을 아예 폐지하는 내용이다.
비아파트 대책 속도전
정부가 중형 크기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에 나선 것은 침체한 시장을 회복시켜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 당시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형 가구 위주로 공급이 제한됐다. 1~2인 가구조차 너무 작다는 이유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외면했다. 여기에 주택 수에 포함되며 세 부담이 늘어나는 등 수요자의 외면이 길어졌고,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공급이 크게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4만2283가구에 달하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2022년 3만214가구, 지난해 6829가구로 줄었다. 올해도 9월까지 누적 인허가 실적이 3314가구에 그쳤다. 그마저도 수요가 없어 지난해 평균 청약 경쟁률 1.04 대 1로 서울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올해 분양에 나선 서울 ‘우남 w컨템포287’과 인천 ‘온누리정원1단지’는 수도권임에도 미달을 기록했다.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의 사업성을 높이자 업계에선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전용 85㎡ 이하 수도권 비아파트의 공시가격이 5억원 이하라면 구입하더라도 향후 아파트 청약 때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전용 60㎡ 이하에만 제공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원시취득세 감면과 주택 수 제외 등의 조치가 넓어진 크기에 맞춰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정상화하기 위해선 주택 수 제외 조치가 내년 전용 84㎡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면적이 커진 만큼 세제 지원도 이에 맞춰 대상을 넓혀줘야 확실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