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2년 연속 동결한다. 올해 집값이 크게 뛴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국토교통부가 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관련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내년도 현실화율을 현재 수준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게 적정하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만큼 이는 사실상 정부 입장이라는 평가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제도다. 공동주택 기준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에 공동주택 78.4%, 단독주택 66.8%, 토지 80.8%의 현실화율이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작년부터 2년 연속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공동주택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을 적용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하자 집값 상승기에 국민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하락기 땐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져 시세 하락에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토부도 9월 일률적인 현실화율 상승 장치를 없애고, 시세 변동률만 반영해 공시가격을 산정하도록 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해선 부동산 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내 국회 문턱을 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국민의 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현실화율을 3년째 동결하는 ‘임시 조치’를 내놨다는 분석이다. 공시가격은 현실화율과 시세 변동률을 감안해 산출된다. 이번에 현실화율이 동결되더라도 최근 시세가 크게 오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주요 지역의 내년도 보유세가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보유세(공정시장가액비율 60%, 과표상한제 3%, 1주택자 기준)는 올해 993만원에서 내년 1235만원으로 24% 뛸 전망이다. 현실화율이 69%로 유지되고, 최근까지의 시세 상승분을 반영했을 때를 가정한 결과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58만원→1331만원)와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4973만원→5754만원)도 각각 38%, 15% 뛸 것으로 관측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