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경제

"집값 오른다는데 사실인가요?"…트럼프 시대, 부동산 전망은 [이송렬의 우주인]

2024.11.18 10:21

'트럼프 2.0' 시대가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경닷컴>은 국내 부동산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사진·59)을 만나 물어봤다.

'트럼프 2.0 시대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심 소장은 "거시적 변수로는 금리와 통화량이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답했다.

심 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약달러와 저금리를 선호하는 입장"이라면서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미국 금리를 추종하는 국내 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2019년 이후와 같이 '제로(0)' 금리 수준으로 낮아지긴 어렵겠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로 인해 늘어난 통화량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저금리·약달러의 악영향인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선 "물론 재정을 푼다든지, 관세를 높인다든지 등의 정책을 펼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이 2%대에서 유지되고 있고 당장 내년 초중반까지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없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론 금리 인하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도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을 넘어섰다. 증권가를 중심으로는 원·달러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 내각 구성과 공약이 구체화하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강달러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다.

심 소장은 "환율이 오르게 되면 아파트를 짓는 데 사용하는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분양가 상승은 결국 시세를 밀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제가 의무화하면서 가구당 공사비가 늘어나는 점, 중대 재해 처벌법 강화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데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 상승 추세가 계속되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고려할 점도 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해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로 예상했다. 지난 8월 2.1% 전망에서 0.1%포인트 낮췄다. 그러면서 내년 국제 통상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 1%대를 가시권으로 제시했다.

심 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10% 이상, 중국 상품에 60% 관세를 매기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특히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에 내년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제가 안 좋아지면 돈을 써야 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자연스럽게 닫히기 마련"이라면서 "거시적인 환경이 개선된다고 해도 매수 심리가 악화하면 집값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심 소장은 "현시점에선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하기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당분간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이 어떤 식으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2.0 시대와 별개로 아파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위 자산가라고 불리는 고소득층에서도 이젠 아파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과거엔 내 집 마련을 한 이후 꼬마빌딩이나 빌딩 등에 눈을 돌렸지만, 요즘은 공실도 많고 생각보다 시세 차익도 크지 않아 빌딩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빌딩에 대한 매력은 없어졌지만 아파트, 특히 강남권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60억원에 달하는 등 시세가 빠르게 오르고 있고 월세 등으로 돌려도 연 4%가량의 수익률이 나오기 때문에 '빌딩 대신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게다가 "여전히 빌라(연립·다세대)를 중심으로 전세 사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비아파트 대신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여전하다"며 "다양한 소득군에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극화 현상도 더 심화할 것으로 봤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소득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상위 10%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만 봐도 한 단지 내에서 '한강뷰'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아파트의 가격이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진다"며 "예컨대 서초구 반포동으로 범위를 확대에서 보면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아파트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득 상위 10% 내에서도 10%와 1%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며 "2021년 전국 집값이 폭등했던 것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양극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얼어붙은 거래량은 내년께 다시 해소될 것으로 봤다.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만9545건으로 직전 달(4만2869건)과 비교해 31.1%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는 2896건으로 전월(6183건)보다 53.2% 쪼그라들었다.

심 소장은 "내년 대출 한도가 다시 초기화된다면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다수의 보고서에서는 대출 규제 효과를 3~6개월로 본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 효과는 오래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심형석 소장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 이사로 재직했다. 영산대학교에서는 부교수로, 성결대학교에서는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미국 인터내셔널 아메리칸 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우대빵부동산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이송렬, 유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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