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정·진주아파트가 각각 최고 49층, 57층으로 재건축된다. 여의도는 작년부터 총 16개 노후 단지 중 6곳이 정비계획 확정으로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장28·목화·삼익·은하 등 나머지 단지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으로 정비계획을 마련 중이어서 내년까지 여의도 스카이라인의 큰 틀이 갖춰질 전망이다. 내년 대형 건설사의 수주전도 잇따를 예정이다.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도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수정·진주, 50층 안팎 재건축
서울시는 제16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여의도 수정·진주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5일 밝혔다. 두 단지의 공통점은 서울시가 여의도를 ‘서울의 맨해튼’으로 육성하기 위해 초고층 건축을 허용한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두 단지 모두 용적률 503%를 적용해 50층 내외로 짓는다.
계획에 따르면 1976년 준공된 수정은 최고 49층, 498가구(공공임대 61가구)로 탈바꿈한다. 기존 정비계획보다 용적률을 높여 가구 수를 당초 466가구에서 498가구로 늘렸다. 브라이튼 여의도로 이어지는 공공보행통로가 단지에 조성된다. 공공기여로 서울투자진흥재단 사무소를 지어 서울시에 소유권을 넘길 계획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일반상업지역 내 재건축 단지의 비주거용도 비율이 20%에서 10%로 완화된 점을 고려해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진주아파트는 최고 57층, 578가구(공공임대 88가구)로 짓는다. 서울시는 금융지원 기능이 포함된 공공임대 오피스를 공공기여로 확보하기로 했다. 여의도 금융중심지, 샛강생태공원과 연계한 공개공지를 단지 주변에 조성해 시민이 쉬어갈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같은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속한 여의도 서울아파트는 최고 65층 높이로 건축법에 따른 재건축(집합건물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시공사 수주전…집값은 상승세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앞서나가는 건 한양아파트다. 앞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여의도 한양(56층)·대교(49층)·공작(49층)은 사업계획 인가를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이 사업 시행을 맡은 한양은 이달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단지 중 처음이다. 별 이상 없이 가결되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거쳐 내년 관리처분인가를 진행할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는 면적별 가구 수와 분양가, 분담금 등을 확정하는 마지막 인허가 단계다.
대교와 공작은 통합심의를 위해 환경·교육·소방·교통 등 분야에서 정부 및 서울시 관계부서와 협의 중이다. 대교는 지난달 통합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65층)은 재가노인복지시설(데이케어센터)을 정비계획에 반영해 연내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목화(49층)와 광장28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받고 있다. 삼익·은하 등은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신청했다.
대형 건설사가 여의도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에 주목하고 있다. 여의도 금융업무지구가 가깝고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양은 지난해 시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은 ‘써밋 더 블랙에디션’이란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공작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했다. 내년에는 대교와 시범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에 나설 전망이다. 수정과 진주아파트도 2026년께 시공사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호재로 여의도에서는 신고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양 전용면적 149㎡는 지난달 7일 32억원에 거래돼 작년 말(26억원) 대비 6억원가량 뛰었다. 시범 전용 79㎡, 목화 전용 89㎡, 수정 전용 48㎡도 지난달 신고가를 잇달아 경신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