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찾은 경기 성남 수정구 수진동, 신흥동 인근은 노후 단독과 연립주택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재개발을 알리는 현수막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성남 원도심인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남시는 원도심 개발에 속도를 내 분당·판교신도시와 벌어진 주거 환경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원도심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성남이 수도권 남부 핵심 주거지 위상을 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재개발만 113만㎡ 규모

성남에서 공사나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지는 7곳, 도시환경 정비사업은 2곳 정도다. 단대구역과 중3구역 등을 비롯해 85만1306㎡에 1만4405가구가 공급됐다.
수정구와 중원구에 노후 주택지가 몰려 있는 건 1960년대 서울 무허가 판자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도시가 조성된 것과 관련이 깊다. 이들 지역은 구릉 지형인 데다 30년 이상 된 주택이 많다. 주차장이 부족해 신도시와의 생활 격차가 심하다. 원도심 전역에서 정비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이유다.
‘2030 성남시 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된 정비구역은 5곳, 총 113만9126㎡에 달한다. 사업은 계획 수립 시기에 따라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수정구 수진1구역(24만2481㎡)이다. 지난해 12월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고시돼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다. 수진1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종전자산 감정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초 관리처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역은 지하 7층~지상 15층, 59개 동, 4844가구의 주거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오피스텔 216실도 들어선다. 시공은 대우건설, DL이앤씨, 현대건설이 맡는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만5974㎡ 규모 근린공원도 조성한다. 수도권 지하철 8호선 수진역과 수인분당선 태평역이 인근에 있다.
수진동 재개발 구역 일대는 거래 문의가 꾸준한 편이다. 수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지면적이 60㎡인 주택이 7억~8억원에도 거래된다”며 “원도심에 재개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녹지 비율이 높은 구역이 관심을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지원으로 속도 빨라져
2022년 정비계획이 수립된 2단계 사업 중 상대원 1·3동을 재개발하는 상대원3구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 단계는 낮지만 면적 42만7629㎡에 약 1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어서다. 게다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한다.
신흥1구역과 태평3구역, 신흥3구역은 주민대표회의 구성 승인을 받았다. 모두 공공재개발로 진행되는 구역이다. 신흥1구역은 GS건설,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을 시공사로 정했다. 2006년부터 공공재개발이 추진된 금광1구역(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과 신흥2구역(산성역 자이푸르지오)은 민간 브랜드 단지로 탈바꿈했다.
이들 재개발 사업을 순환정비 방식으로 진행해 주민 만족도를 높였다는 게 성남시 설명이다. 순환정비는 LH 임대주택을 원주민에게 제공해 사업이 이어지는 동안 정비구역 인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업 완료 후 원주민 재정착률이 높은 게 장점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생활권 방식의 재개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했다면 앞으로는 주민이 재개발을 원하면 언제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구역 설정부터 사업 시행까지 주민이 사업 주체가 된다는 얘기다.
수진2구역을 비롯해 5개 구역이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했다. 상반기 입안 결정이 이뤄진 후 하반기 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나선다. 내년 하반기에는 재개발 구역이 결정될 예정이다. 수진2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5개 구역 모두 민간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진2구역은 15층으로 지어지면 2000여 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