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이나 송파구 잠실 등 대형 사업장엔 건설사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강변에 있어도 작은 단지엔 1개 건설사만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2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대림가락 재건축사업은 867가구, 4544억원 규모지만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두 차례 이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강남권 다른 정비사업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입찰 때는 롯데건설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송파구에선 지난해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한강변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 이후 지난해 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신반포4차도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에 따른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용산구 한강 변에 위치한 산호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 끝에 작년 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나마 나서는 건설사가 있는 곳은 다행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을 겪는 정비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은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비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참여를 꺼려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 정비 수주 경쟁은 탈락한 회사가 그간 투입한 금액을 모두 날리게 되는 치킨 게임"이라며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득실을 따진 뒤 '안 되겠다' 싶으면 건설사끼리 웬만하면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