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토지 경제

치솟는 재건축 아파트 분담금,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2025.02.28 10:54

최근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 선정된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 분담금이 수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재건축 찬성을 후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각종 특혜를 주는 선도지구에서도 이렇게 부담이 크다면, 특혜가 없는 전국의 노후 아파트는 과연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이 가능할까요?

사실 세계에서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을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6·25 전쟁으로 기반 시설이 모두 파괴된 후 대규모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벽식 구조 아파트가 건설됐습니다. 단기간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단점도 발생했습니다. 배관 노후화로 녹물이 나와도 교체가 어려우니 필터가 인기를 끌고, 외형도 성냥갑 모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 노후화로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시에서는 디자인을 특화해 성냥갑 디자인에서 벗어나면 용적률 상향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담금 부담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지는 만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오는 6월부터 재건축 단지에 실시하던 예비 안전진단이 폐지되고, 서울시는 통합심의를 통해 재건축 심의를 몇 달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일종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을 시행하는 셈인데, 실제로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아무리 빨라도 1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절차를 현실화해야 할 때입니다. 심의위원을 모아 놓고 엄청난 규모의 도면들을 보여주면, 여기저기서 수정하라고 하여 공사가 몇 달 늦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도시계획, 건축계획, 경관 및 조명, 교통심의를 하는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설계 단계에서 사전 심의를 미리 진행하여 한 번에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것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철거 현장이 도심에 있어 소음과 분진이 크게 발생하고, 덤프트럭이 도심 학교 근처를 계속 오가기에 안전 문제도 큽니다. 철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1994년 남산 외인아파트는 폭파 해체 공법으로 철거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7층 규모 건물이 8초 만에 폭발해 15초 이내로 무너졌습니다. 철거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아파트가 있던 자리는 2개월 만에 공원으로 재생됐습니다.

지금은 더 발전된 폭파 해체 공법이 중국, 터키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는 1급 장수명 아파트로 건설해야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처럼 소나기형 비가 자주 내리는데, 이제 비가 오면 콘크리트 타설이 금지되기에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1급 장수명 아파트인 라멘 구조로 건설할 경우 비 오는 날에도 상부층만 덮으면 다른 층은 그대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라멘 구조는 공사 기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리모델링할 때도 다양한 평면으로 변형이 가능하게 해줍니다.

분담금을 높이는 불필요한 고급 인테리어와 스마트홈 시스템도 덜어내야 합니다. 최근 준공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일부 가구에서 친환경 벽지나 장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완성된 집을 뜯고 시스템 가구를 설치하는 가구가 많아 1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과징금의 대상이 된 스마트 가구는 다시 철거됐습니다. 이미 완성된 집의 인테리어나 가구를 교체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대우건설이 트럼프와 함께 시행한 미국 뉴욕 맨해튼에 70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는 공용부분의 경우 멋진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지만, 펜트하우스 층은 분양 직전까지 시멘트 바닥만 깔려 있었습니다. 수분양자가 본인의 취향에 맞춰 인테리어 등을 고를 테니, 굳이 설치했다가 철거돼 낭비할 자재가 없도록 비워둔 것입니다.

우리도 사용하지 않을 고급 인테리어나 스마트홈 시스템 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마이너스 옵션 제도를 확대하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공사비와 분담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공사비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고, 이에 따라 분담금도 증가할 것입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한강 변 재건축 단지에서는 여전히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강북이나 수도권, 지방에서는 재건축이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선진국처럼 필요한 아파트 수준과 공법을 도입해 공사비를 줄여야 합니다.

유럽의 오래된 건물들은 난방이나 에어컨, 스마트홈 기기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문제 없이 더 나은 장수명 아파트를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기본에 충실한 아파트를 만들어 공사비도 줄이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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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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