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토허제 풀리자 '들썩'…"잠실, 사지 않을 이유 없죠" [이송렬의 우주인]

2025.03.04 09:53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직 '무릎' 수준으로 판단한다.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매수할 가치가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허가거래구역이 해제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이미 호가가 치솟고 있는데 매수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단어 그대로 토지를 거래하는 데 있어 허가가 필요한 지역이다. 지역 개발 등으로 집값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다. 잠실동은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국제교류복합지구를 개발한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1년씩 재지정됐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해 거래가 원활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에서 집을 사더라도 2년을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관련 규제가 해제됐다. 집값을 억누르던 규제가 사라지니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양지영 수석은 "실수요자들은 지금 매수를 하게 되면 당분간은 거주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단지들을 매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 등이 다르겠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갭투자' 등의 방식이 가능해진 만큼 잠실 선호 단지에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현 가격은 '무릎'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는 강남 핵심 지역은 물론 비강남권 핵심지역 집값도 밀어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영 수석은 "예컨대 잠실 선호단지 전용 84㎡ 집값이 30억원을 넘어가면 송파구 다음 상급지인 강남구 일원동, 개포동 등에선 '송파도 30억인데 이 동네 집값은 더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은 주변 지역에 연쇄적으로 퍼지면서 결국 현재 최상급지인 서초구 반포동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남뿐만 아니라 비강남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신 비강남권은 마포, 용산, 성동구 등 강북권 핵심 지역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만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 외곽 지역 등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은 이런 '낙수 효과'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권과 비강남권 핵심 지역의 집값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먼저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1만3465가구인데, 내년엔 6만9642가구로 급감한다. 서울의 경우 올해 3만1300가구에서 내년 7768가구로 쪼그라든다.

양 수석은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지방 거주자들도 서울 부동산을 사려하고 서울 거주자들 역시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더 나은 동네로 옮겨가길 원한다"고 짚었다.

이어 "수요자들이 부동산을 보는 눈은 대부분 비슷하다. 직장이 가까운 곳, 교육 환경이 좋은 곳,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 등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현재 집값이 높게 형성돼 있고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들이 이런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몰리면서 핵심 지역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준금리 인하도 주목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5일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3년여 만에 완화 쪽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돌렸고 같은 해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그는 "금리 방향이 하락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올 유동성이 더 많아질 수 있단 뜻"이라면서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는데 시장에 돈이 많아진다면 핵심 지역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하면서 가격이 오를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 전반적인 집값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은 "우리 경제가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아닌 데다 서울은 여의도나 목동 등 수익성이 나오는 일부 재건축 단지들을 제외하면 이미 개발이 대부분 끝난, 즉 추가 상승 동력이 없는 도시"라면서 "큰 수익이 기대되는 '위험 자산'보다는 적지만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전 자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는 이상 투자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부동산을 매수한 다음에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보는 형태보다는 부동산을 매수해 월세를 놓는 등 수익률을 늘릴 수 있는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영 수석은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으로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고액 자산가들의 주거용 부동산 부문을 책임진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 컨설팅과 세미나 등 다양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투자증권으로 옮겨오기 전엔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서 콘텐츠 본부장 역할을 수행했다. 내집마련정보사에서 팀장도 역임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를 취득하고 강원대학교에서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이송렬, 유채영

이 정보가 유익했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보세요.

올해 종부세는 얼마일까?
세무서 방문 없이 예상세금 무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