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후 부동산 시장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매매 동향에 따르면 강남3구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 과열 우려에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이후 가격 상승은 없다’는 설명자료까지 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단기적 상승효과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동력이 되긴 어렵다고 봤다. 금리 인하, 경기 침체, 공급 부족 등의 변수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2월 아파트 거래량 급증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지역 해제를 발표했다. 강남·송파구 국제교류복합지역(GBC) 인근 4개 동에 있는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해제됐다.
시장은 가격 상승 기대에 들썩였다. 거래량부터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계약일 집계기준)는 3232건(지난 6일 기준)으로 지난 1월(3312건)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인 것을 고려하면 1월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남구는 194건으로 지난 1월(192건)을 넘어섰다. 송파구와 서초구도 각각 208건, 114건을 기록해 지난 1월의 60~70% 수준까지 올라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매수 저변이 확산한다는 것”이라며 “매도자가 우위에 설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거래 분석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전보다 거래량은 증가했지만 가격급등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진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수혜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만 해도 그렇다. 트리지움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린 2월 13일에만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3건 손바뀜했다. 거래가격은 25억1000만원에서 26억4000만원 사이다. 지난달 7일 있었던 직전 거래가(24억3000만원)를 고려하면 일주일 새 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하지만 잠실 리센츠의 경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거래된 3건(3월 6일 기준)의 가격이 26억6000만~27억5000만원으로 전 거래와 비슷했다. 잠실 엘스도 직거래를 제외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매됐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부터 잠실은 상승세로 전환했고 이후 강남3구로 퍼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시장 흐름을 바꿨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호가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잠실엘스의 최근 실거래 평균 가격은 26억5708억원이다. 부동산에 나와 있는 매물의 평균 가격은 29억4253만원이다.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호가는 3억원 정도 올랐다.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는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집값이 오를 일은 없는 것이 맞지만 중요한 것은 수용자의 시각”이라며 “이들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신호로 받아들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리·공급 등 변수가 더 중요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통상 규제나 완화 정책으로 인해 왜곡된 게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내리거나 오른다”며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고 갭투자가 가능해져 호가가 오른 것인데 실거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보다 금리인하, 공급부족 등의 변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수석은 “기준금리 인하, 대출금리 인하 등이 예정돼 움츠렸던 수요자가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3구의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함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국 빅테크, 암호화폐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급등락하면서 강남3구와 한강변 아파트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우받고 있다”며 “상급지 갈아타기에 대한 열망도 여전히 커 강남권은 올해 내내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온기가 서울 전역으로 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위원은 “대출을 많이 활용해서 집을 사는 실거주자는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이 반등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